바람난 아빠

2012. 11. 2. 20:48카테고리 없음

 

 

  때는 어언 팔년전
  한창 예민하고 고민많던 고등학교2학년
  꽃다운 18살 여고생
  세상에서 아빠를 제일 싫어하게 된 일주일이 기억이 난다
 
  평소 닭살커플로 일가친척,회사,동창회 등등에 알려진
  우리 엄마아빠사이.
 
  우연히 아빠핸드폰을 가지고 놀다
  보낸메세지함을 읽고 난 정말 당황했다.
 
  정혜야.사랑해 점심은 먹었어?
  정혜야 있다 퇴근하고 만나 맛있는거 사줄게
  정혜 당신만을 사랑해
 
 이게 왠일. 우리엄마 이름은 선숙인데... 정혜 아닌데!!!!!!!!!!!
 핸드폰 전화부를 검색해도 정혜라는 이름은 찾을 수 없고
 받은 메세지함에도 정혜의 흔적은 없었다.
 난 결론을 내렸다. 아빠가 완전범죄를 노렸으나 발신메세지함은 확인하지 못했던것이라고
 
 지금까지 내앞에서 엄마와 닭살행각을 하며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오시고
 절대 바람이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우리아빠가....
 난 그날부터 아빠와 말 한마디 섞지 않았고
 엄마만 보면 눈물이 났다. 불쌍한 우리엄마 아무것도 모르고
 
 그렇게 일주일 혼자 힘들어하며 고민을 하는데
 엄마와 단둘이 저녁을 먹다 엄마가 물었다
 "너 요즘 왜그래? 아빠한테도 화난거 있어? 너 사춘기라 그러는거야 모야?"
 순간 엄마의 얼굴을 보자 난 눈물이 났다.
 "엉으.흐엉ㅇ...................엉엉 엄마.........흑흑흑:"
 
 깜짝 놀란 엄마에게
 난 " 엄마 어뜨케 아빠 바람났어.. 아빠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?!!!!!! 흑흑"
 하며 자초지종을 다 설명했는데
 내 설명을 다 들은 엄마는 태연하게 웃으며
 뭐? 하하하
 
 너 몰랐어? 엄마 이름두개잖아!
 어렸을때 시골에서 부르던 이름이 정혜인데 
 우리딸 몰랐구나?
 하며 뭐 그런거 가지고 그렇게 혼자 고민했냐고 웃으셨다.
 
 아직도 이 일은 엄마아빠가 가끔 얘기하시곤 하는데
 정말 사춘기를 겪던 여고생인 나로선는
 그 일주일이 악몽같았다.
 
 50을 넘기셨지만 아직도 어딜가나 손 꼭 붙들고
 하루에도 몇번씩 전화. 문자로 사랑을 과시하시는 두분
 서로의 핸드폰에 저장된 두분의 이름은 아직도 울애인♥
 
 엄마.아빠 오래오래 행복하세요